소비는 '감정'이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제2부 소비는 감정이다
(방영 : 2012.09.24 ~ 2012.10.02)
자본주의에 있어서 '소비'라는 행위를 깊이 생각해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매월 들어오는 월급 대비 지출하는 금액만 관심가졌었다. 아니지.. 그걸 관심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다. 전 달에 긁어댄 카드값이, 월급이 들어옴과 동시에 빠져나가는 그 가슴아픈 모습만 멍청히 지켜보는게 전부였으니까. 그래도 나 스스로는 소비가 큰 편은 아니라고 가슴 한 편에 가지고는 있었다. 돈 공부를 해보자고 했으니, 이제 내 소비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BS 다큐 '자본주의' 2부는 '소비'라는 행위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한 사례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판매할 때 마케팅 대상은 누구로 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름신은 언제 찾아오는지'.
소비자와 판매자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며 시청해보니 꾀 재미가 있었다.
키즈 마케팅
쇼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려서부터 시작된다.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케릭터 상품들, 어린이 프로그램, TV광고들을 끝없이 반복해서 보는 아이들은, 손에 뭔가를 쥐어줘야 한다. 아이들은 갖고 싶으면 끈임없이 조르고 칭얼거리게 되며, 대부분의 부모들은 못 이기고 결국 사주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쇼핑은 아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데, 그 상품에 대한 좋아하게 만들어 미래의 잠재적인 고객으로 발전하게 된다. 어렸을 때의 습관은 어른이되어서도 반복이 되므로, 내가 어렸을 때 먹던 과자를 내 아이에게도 사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잘 대해준다면, 부모들은 그들을 좋은 사람이라 인식을 하게 된다. 자동차 대리점에서 풍선으로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일이 곧 부모의 지갑을 공격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일 뿐이라는 뜻이다.
마케터가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아이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여향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키즈 마케팅"이 놀라운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이유이다.
감성 마케팅
보통 지름신은 광고를 보면서 혹은 보고난 뒤 찾아온다. 광고를 보기 전에는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 조차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마케터는 고객들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쇼핑할 때는 합리적인 고민보다 '뇌의 베타 상태' 즉 무의식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보고, 만지고, 냄새로 유혹이 되면, 무의식적으로 사고 싶다는 구매욕구가 일어난다. 그 뒤 의식적으로는 합리화가 일어난다.
지름신이 먼저 내려 오시면,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물건을 사야만하는 이유들을 찾아내는데, 이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우리 뇌의 시스템 이였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소비라는 행위에서의 무의식과 의식의 흐름을 인지하고 있어야하겠다. 모르면 당하지만, 알면 조금은 덜 당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이상적인 판단을 한다고 착각하지만, 결국 지배하는 것은 무의식적인 감정의 영역이다. 따라서, 성인 마케팅의 대상은 주로 여성들이 된다고 하는데, 이는 여성이 더 감성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만 사는 게 아니다.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다른 가족들의 물건들까지 산다. 집안의 '쇼핑 가장' 인 것이다.
소비를 부르는 감정 : '불안'
영상에서는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우리의 '감정상태'와 소비패턴의 연관 관계에 대한 분석도 보여준다. 사람들은 불안하고, 우울하고, 화가 날 때 더 많은 소비를 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는 불안에서부터 시작된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불안이란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가장 위험한 감정이겠고, 판매자에게는 가장 우수한 마켓팅 전략이다.
불안을 자극하는 가장 기본적은 마켓팅 방법은, 역시 홈쇼핑에서의 '매진임박' 싸인이다. 실제 호스트가 매진임박을 강조하는 타이밍에 판매량은 급격히 상승한다고 한다. 대부분이 재고가 있으면서도하는 전략일 뿐이니, 앞으론 흔들리지말자.
그리고, 사교육에 대한 소비도 역시 '불안'이라는 감정과 관계가 깊다고 한다. 아이들의 친구들은 모두 학원을 다니는데, 혼자만 다니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 그 감정으로 인해 필요없는 소비인 줄 알면서도, 부모들은 안심하기 위해 사교육에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나이는 청소년기라고 한다. 이 나이 때는 또래 집단과의 교류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될 수 밖에 없는데, 또래들이 하는 걸 따라해야만 한다. 혼자만 하지 않는다면 왕따를 당하는 세상이다.
이는 아이들의 심리적 불안감에서 온 사회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매우 위험한 사회현상으로 볼 수 있겠다. 고가의 의류인 North Face 패딩이 유행하던 시절,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 비싼 옷을 교복처럼 입고다니던 당시의 사회 이슈처럼 말이다.
사람은 불안할 때 사회에서 배척된다고 느끼며, 돈에 대한 욕구와 소비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나를 돋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브랜딩
마케팅의 꿈은 소비자의 무의식을 점령하고 조종하는 것이며, 그 꿈의 정점이 바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마켓팅 : 내가 내 제품을 홍보하는 것
PR (Public Relation) : 남들이 내 제품을 홍보해 주는 것
광고 : 지속적으로 제품의 홍보를 반복하는 것
브랜드 : 고객이 먼저 나의 제품을 알아보는 것
마케터들은 고객의 머리 속을 더 깊이 분석하기 위해 뇌과학을 활용하게 된다.
브랜드를 살 때면 우리의 머릿속에선 실제로 '대뇌 전두극부'의 활성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쿨 스팟'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시각'의 신호가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들어가게 되고, '시냅스' 를 거쳐 '쿨스팟'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브랜드를 통해,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우리 뇌에 '편도'라는 부위에 저장이 되는데, 편도는 감정을 관할하는 부분이다. 브랜드가 우리의 감정을 건들여 편도가 반응을 하면, 지름신이 오는 것이다.
과소비
먼저 신용카드의 사용이 왜 과소비를 부른다는 건지 보여준다. 뇌 사진을 보면, 카드로 결제할 때 현금으로 결제할 때보다 고통이 덜하다는 사실을 볼 수 있었다. 뇌가 착각하는 이유는 구매 후 신용카드를 다시 돌려받게 되어 뇌가 손실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신용카드 뿐 아니라 체크카드에도 적용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의 수준을 4등급으로 구분하면, '생존소비' - '생활소비' - '과소비' - '중독소비' 로 구분할 수 있다.
과소비 지수 = (수입-저축) / 수입
* 1 = 파탄
0.7 = 과소비
0.6 = 적정소비
0.5 = 근검절약
맞벌이 신혼부부이자 자녀가 없는 현재 시점, 나의 '과소비 지수'를 계산해보니 0.45가 나온다. 그다지 우리가 근검절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통념상 객관적인 계산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결론을 요약 해보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도록 자존감을 키워야 하겠으며,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무의식을 자극하는 감성멘트들을 잘 활용하여 마켓팅을 하면 될 것 같다.
"자본주의란 소비의 과학과 인간의 나약함이 만나는 것이다."
- 파코 언더힐 (쇼핑 컨설팅사 CEO)